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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움...시작

원식 · 2002-12-20 23:50 · 번호 468
입대하고 너무 보고 싶었다. 가족들,병산이, 상경이, ivf사람들,교회사람들, 좋아했던 여자...
외로웠다. 그리웠다. 자유가...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는 나를 구속하고 괴롭히는 사람들 뿐이었다.

...
병장 휴가들 다녀오고 말년 휴가를 나와서. 이제 제대를 앞두고 있을 때 아버지아 아저씨 형들은 이런 말들을 내게 했다.
군에 있을 때가 좋다고... 제대하면 군이 그리워 질꺼라고...심지어는 다시 군인이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_-; 뭐 그런 끔찍한 소리를...
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소리였다. 말이 아닌 소리었다.
난 죽고 싶었다. 매일 실탄이 가득찬 탄창을 k-2에 꽂으면서 언젠가 이 총으로 내 머리를 쏠 것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제대만 한다면 앞으로 정말 행복한 삶만이 나에게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제대란 것은 신기루 같은 꿈처럼만 느껴졌다. 군대란 곳은 제대하는 순간 내 머리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었다. 군에서 나는 개새끼, 찢어죽일 새끼 , 쓰레기, 재수 없는 놈이었다. 사람들(선임병님들께서)이 나를 그렇게 불렀고 그렇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야 아버지, 아저씨, 형들이 한말이 이해가 된다. 제대한지 언 18일이 지났다. 이것이 세상살이라면 군에 있던 때가 행복한 것 같다. (병장 꺽이고 난 후의 군생활 말이다!) 말년에 난 돼지 였다. 국방부에서 먹여주는 짬밥만 먹고 불꺼주면 자고 깨우면 일어나고 운동 시키면 운동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짱박혀서 아무 생각없이(단지 여기를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멍하니 눈이 풀린채 한숨만 쉬며 시간이 빨리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랬고 하루 하루가 너무 초조했다. 하지만 너무 편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지옥과 천국 거지와 왕의 생활 차이라고 할까... 그래도 군에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 tv에서 '12월 32'일이란 노래가 나오면 후임병들을 무지 놀렸다. 야! 2003년이 오냐?
군에 있으면서 하루중에 유일하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순간이 있었다.
GOP에 있으면서 휴가간날 빼고 365일을 전자시계로 매일 밤 자정에 날짜가 바뀌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다. 아,오늘도 하루가 가는 구나. 영하30도에 체감온도 영하 70도 칼바람을 얼굴에 맞으면서 아! 이순간도 날짜는 바뀌고 있구나...매일 아침 산 밑에서 안개를 뚫고 해가 떠오르는 것을 봤다. 장관이었지. GOP의 BT모습...

내가 앞으로 살면서 언제 100명이 넘는 사람이 내말에 동시에 대답을 하고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들에게 신원식병장님이란 존칭을 듣고 나보다 잘난 놈들에게 존대말을 듣고 나보다 덩치큰 놈들에게 큰소리를 처볼까?...아마 없겠지? 앞으로 누가 내 잠자리를 깔아주고 내가 씻고 있는 동안 밥을 타다 주고 ...
적어도 군에 있을 때는 밥걱정 잘 걱정 입을 걱정은 않했다. (훈련 때는 빼고)훈련 때는 오직 먹을 걱정 잘 걱정 입을 걱정만 했지만.
봉지 밥을 잃어버려서 건빵 한봉지를 먹고 새벽부터 밤9시까지 산악 행군을 하고 영하15도에서 바람이 쌩쌩부는 산속에서 판초우의 하나 덥고 가수면을 취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껴입고 조금 이라도 덜입으려고 고민하면서 세상의 다른 걱정,고민들은 사치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 내 신분은 학교가서 식권 없으면 밥한끼도 먹을 수 없는 처지이다. 언젠간 집을 나가야 할텐데...
앞으로 더 군이 그리워 지면 어떻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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